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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바위였다네

정구화 0 490 0

나도 바위였다네 


                  / 門下



물살에 이리 밀리고 저리 떠밀려 

쓸려 내려가는 모래 알갱이들 사이로

거칠게 구르는 조약돌


나도 한땐 바위였다네

저기 저 우뚝 선 바위돌처럼 말일세

그대 또한 그러하질 않았겠는가


오랜 세월 버티어 봤거늘

물살에 밀려 구르다 보니

이토록 작아지고 말았다네


한참을 물길 따라 흐르다 보면 

그대 또한 작은 알갱이가 될 것이니

내가 작다고 떠밀지나 마시게


언젠가는 

미세하게 갈리고 분쇄되어

결국엔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갈 걸세


이는 우리들의 일생이기도 하니

이 고을 저 고을 돌고 돌아

남은 정 베풀며 새겨두고 나 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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