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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향기김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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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향기 김경옥


따르릉따르릉


여보세요?


음 경옥이냐?


음 엄마


쑥이 손톱만치 올라오면

너 귀빠진 날인데 생일 맞지?


응 엄마 

울 엄마 쑥 봤구먼


시장에 벌써 나왔더라

미역국은 먹었냐?


공 서방이 끓여줘서 먹었지


그래 쑥이 손톱만큼 올라올 때

애고 똥강아지 너 낳느라 

욕 받구먼 크기는 왜 그렇게 

크게 나왔는지 


엄만 또 그 소리 

엄마 나 낳아줘서 고마워요


별소리 다 한다


아프지 말고 있어요

며칠 있다가 갈게


해마다 이맘때쯤 

엄마한테 걸려왔던 

그리운 친정엄마의 목소리


쑥 캐러 갔다가 낳은 기억 때문에 쑥만 보이면 

제 생각이 났던가 봅니다

생일 때면 전화하시곤 

자식들 생일 일일이 손꼽아 

기억해 보이셨던 울 엄마


딸 다섯에 아들 하나 여의고

백세시대라는 말과는 맞지 않는

아까운 나이에 갑자기 떠나신 

우리 엄마


엄마가 떠나신 후론 

등 너머로 듣고 계셨던 

친정아버지가 

짧은 몇 해 동안 

대신해 주셨습니다


쑥 요만큼 손톱만큼 보인다

너 생일 다가오지?

미역국 챙겨 먹었니?


쑥 한번 캐보지 않은 

서울 가시 네로 살았지만 

쑥이 시장에 나올 땐

이제는 그리운 두 분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개나리 처녀 노래를

제일 좋아하셨던 우리 엄마

하모니카를 구성지게 불러주셨던 

우리 아버지

 

봄이 오니 

부모님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생일이 되면

릴레이처럼 엄마를 꼭 닮은 언니들이 차례로 전화해 물어봅니다

너 생일이지?

미역국은 먹었니? 하고요.

1 Comments
조만희 2019.03.04 23:45  
생일에 쑥국 드셔야 할듯
여저히 가슴에 메이는 그리움 안고
봄에 마음 기대시는군요.
고운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