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향기김경옥
김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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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4 23:28
생일/향기 김경옥
따르릉따르릉
여보세요?
음 경옥이냐?
음 엄마
쑥이 손톱만치 올라오면
너 귀빠진 날인데 생일 맞지?
응 엄마
울 엄마 쑥 봤구먼
시장에 벌써 나왔더라
미역국은 먹었냐?
공 서방이 끓여줘서 먹었지
그래 쑥이 손톱만큼 올라올 때
애고 똥강아지 너 낳느라
욕 받구먼 크기는 왜 그렇게
크게 나왔는지
엄만 또 그 소리
엄마 나 낳아줘서 고마워요
별소리 다 한다
아프지 말고 있어요
며칠 있다가 갈게
해마다 이맘때쯤
엄마한테 걸려왔던
그리운 친정엄마의 목소리
쑥 캐러 갔다가 낳은 기억 때문에 쑥만 보이면
제 생각이 났던가 봅니다
생일 때면 전화하시곤
자식들 생일 일일이 손꼽아
기억해 보이셨던 울 엄마
딸 다섯에 아들 하나 여의고
백세시대라는 말과는 맞지 않는
아까운 나이에 갑자기 떠나신
우리 엄마
엄마가 떠나신 후론
등 너머로 듣고 계셨던
친정아버지가
짧은 몇 해 동안
대신해 주셨습니다
쑥 요만큼 손톱만큼 보인다
너 생일 다가오지?
미역국 챙겨 먹었니?
쑥 한번 캐보지 않은
서울 가시 네로 살았지만
쑥이 시장에 나올 땐
이제는 그리운 두 분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개나리 처녀 노래를
제일 좋아하셨던 우리 엄마
하모니카를 구성지게 불러주셨던
우리 아버지
봄이 오니
부모님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생일이 되면
릴레이처럼 엄마를 꼭 닮은 언니들이 차례로 전화해 물어봅니다
너 생일이지?
미역국은 먹었니?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