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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전수남 0 609 1

             할미꽃 

 

                          예목/전수남

 

등 굽은 소나무 한그루 벗을 삼아

산 아래 꽁꽁 언 저수지를 내려다보며

제상에 올린 잿밥처럼

봉분 머리위에 흰 눈을 수북이 이고

견디어낸 겨울 한철

봄이면 찾아오겠지 기다리던 마음이

지친 만큼 허리 숙인 할미꽃으로 핀다.

 

아른아른 떠오르는 손자 얼굴에

불현듯 어리는 맑은 눈물이

꽃잎에 돋아난 뽀얀 솜털에 엉켜

은빛으로 반짝이다 사라져가도

보고픈 얼굴은 감감무소식이라

발끝만 맴도는 눈길 따라

허리한번 펴보지도 못한 채 꽃이 진다.

 

(2017.3.11)

*사진 : 정종민님(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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