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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판 짓는 날

정구화 0 351 0

결판 짓는 날


               / 門下



좋아합니다

높은 담벼락에 올라서서

기왓장을 잡은 느낌이랄까


사랑합니다

넓은 마당 그녀의 방문 앞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느낌이랄까


높은 담벼락을 어찌 넘었을까

방 문 앞에 설 용기는 어디서 났을까


떨어질 줄도 모르고 오른 담벼락

퇴짜 맞을지도 모른 채 입궐이라


어찌 됐든 좋아요라 함은

사랑으로 연결되는 지름길인 만큼

이제 남은 과제는 한 가지


따사로운 봄날에

고백이란 돗자리를 펼쳐놓고

쓴잔을 마실 것인가

달콤한 곡주를 마실 것인가


쓴잔에 든 물도 술이요

곡주 또한 술인지라 이래저래

달리느라 마른 목은 축일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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