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판 짓는 날
결판 짓는 날
/ 門下
좋아합니다
높은 담벼락에 올라서서
기왓장을 잡은 느낌이랄까
사랑합니다
넓은 마당 그녀의 방문 앞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느낌이랄까
높은 담벼락을 어찌 넘었을까
방 문 앞에 설 용기는 어디서 났을까
떨어질 줄도 모르고 오른 담벼락
퇴짜 맞을지도 모른 채 입궐이라
어찌 됐든 좋아요라 함은
사랑으로 연결되는 지름길인 만큼
이제 남은 과제는 한 가지
따사로운 봄날에
고백이란 돗자리를 펼쳐놓고
쓴잔을 마실 것인가
달콤한 곡주를 마실 것인가
쓴잔에 든 물도 술이요
곡주 또한 술인지라 이래저래
달리느라 마른 목은 축일 수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