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9
어제
623
최대
3,402
전체
964,090

길 잃은 소낙비

정구화 0 403 0

길 잃은 소낙비


                / 門下 



어멈아

동풍 불고 먹구름이 나는 걸 보니

비가 쏟아지려나 보구나


빨래 걷고

젖을 물건은 없는지 살펴보고

서둘러 비설거지해야겠다


갈 때가 됐는지

몸은 왜 이렇게 쑤셔대는 고

할아비가 날 찾는 게지


먼저 갈 땐 언제고

다 늙은이를 이제 와서 데려다

뭣에 쓰려고 그러는지 원

못다 한 잔소리가 아직도 남은 게야


어머님

그런 말씀 마세요

귀여운 손주 녀석들을 두고

어딜 간다고 그러세요


어머님마저 안 계시면

지아비 없는 집안에 찬바람만

나돌 건데 전 어찌 살라고 그러세요


성미가 급해도 그렇지

어찌 처자식 두고 서둘러 떠났을꼬

갈 길 잃은 소낙비만

주야장천 퍼부어대는구나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