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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쇠와 빗자루

정구화 0 438 0
마당쇠와 빗자루

                / 門下


엉덩이를 바짝 치켜세워
빗질하는 마당쇠 귓전에 들려오는
또래 녀석들이 찾는 가마솥에 누룽지

입맛을 다시며 열심히 쓸어 담고
몸을 나부대며 중얼거리다
훈장 선생님의 회초리를 보고 놀란다

빗자루가 붓인 양
손목을 마구 놀려대는 마당쇠
가랑잎을 쓰는지 그림을 그리는지

버려진 글씨들을 모아
휴지통이 아닌 머리속에 넣다보니
빗자루엔 먹물이 유연하게 흐른다

마당에 우뚝 서있는 빗자루 하나
하늘天 땅地 검을玄 누를黃
바위가 하얗게 닳도록 쓸어내린 붓이요
넓은 마당은 화선지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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