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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머문 자리

정구화 0 348 0

그리움이 머문 자리


                    / 門下



아카시아꽃향기에 취해갈 때

가위바위보로 너 한번 나 한 잎 따낸

잎새들이 바람결에 그리움 되어 날린다


그녀와 함께 머문 자리엔

언제 어느 때 찾아도 산들 바람이 일어

아카시아 향을 온몸에 바르곤 했지


조금 늦게 가위를 냈다고 투덜대던 

네 모습은 눈가에 이슬을 만들어냈고 

난 그 자리에 앉아 이번엔 내가 먼저 

보재를 내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그녀가 가위를 내지 않는다

뭐 하니 얼른 가위를 내지 않고

그녀가 앉았던 자리는 텅 비어 있었고

그렁그렁하던 이슬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우리가 처음 느껴본 애틋한 감정을

어디선가 그녀도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난 그 자리에 아카시아 잎줄기를

내려놓고 보재를 남겨둔 채 떠난다

그녀가 가위를 내는 그 순간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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