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에 물든 친구
호반에 물든 친구
/ 門下
저 넓은 호반 위에 님의 맘 띄워 놓고 보니
이내 몸 뉘일 곳이 예가 아니던가
가던 길 오던 길에 놓인 호반에 내 몸 적셔보니
님과 함께 몸담아 갈 곳 또한 예가 아니던가
심이 깊은 예를 두고 어디를 가겠는가
어디엔들 예 같은 곳이 있다 정을 두겠는가
귓불에 스치는 솔바람에 내 맘 실어
남은 숨결 물들이기 좋은 예가 아니던가
모두에게 지녀가는 게 인생길 아니던가
호반에 뗏목 띄워 세월일랑 저어나 가세
되돌아가기엔 이미 먼 길을 내 어찌 가겠는가
좁은 도랑 타고 내려온 맑은 물길 따라
흐르다 멈추어 누각에 한마음 새겨가며
드넓은 호반 위에 자네 마음 내 마음 뉘어
보릿대공 꺾어 풀피리 불고 노래하며
심이 깊은 이곳에 한 몸 되어 적셔 나 보세
여보게 친구 모두 다 가져가는 세월도
호반에 새겨진 자네와 내게 깃든 정만은
정녕코 실어 가지는 못하질 않겠는가
아니 그런가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