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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으로 멱을 감는 천사

정구화 0 376 0

달빛으로 멱을 감는 천사


                            / 門下 



여인의

옷자락이 걸린 나뭇가지에

달님도 걸려있다


가지 끝에 앉아

실눈을 뜨고 바라보는 눈빛이

도도한 실루엣을 만들고


그곳에 물빛이 지나자

드러난 여인의 백옥 같은 피부

달님은 어느새 물 위에 앉아 있다


반라의 여인이

물 한 방울 찍어 몸에 바르자

놀란 가슴 자지러지게 몸서리치고

온몸을 호수에 담그자

경직된 달빛이 부서져 흩어진다


여인의 몸에서

새어 나온 신비스러운 빛에

흩어진 눈동자를 모으려 애쓰지만


멱을 끝낸 여인은 길을 나서고

수많은 은하 별들이 호수를 찾아

반짝반짝 달님을 위로해 준다


천상을 향하던 여인이

손을 뻗자 품에 안긴 달빛 아래로

성난 호수의 거친 숨소리는

은빛을 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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