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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선(虛風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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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선(虛風扇)이


                    / 門下



각본 없는 연출인가

만석꾼인가

사람 끌어모으는 재주 하나는

으뜸상을 줘도 손색이 없다


오합지졸

춘풍에 새잎 돋는 듯

사냥터에 몰려든 사냥감들은

끝 모르게 취해간다


달콤한 유혹에 이끌려

모여든 사냥감들을 물색하는

품바들의 눈빛은

집시 왕국의 포식자


쳐놓은 그물망 속엔

귀천 인사 따로 없고 임금인

상감마마도 용루를 잊은지 오래

용포를 벗어던지고 춤판에

끼어든 어린 왕자다


해학을 풍자로 그려낸 입담

집시들의 발목엔 보이지 않는

사슬이 채워진 채

억압과 탄압으로부터

벗어나려 용트림을 하고 있으리라


품바들도 떠난 야심한 시각

거하게 취한 一場春夢

팔자에 없는 허풍을 떨다 보니

해우소 이용 티켓 한 장이 만 원이라


물거품 아래 솟는 샘

아랫도리를 움켜쥐고 걷는 꼴이

어느새 虛風扇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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