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솔 나무
외솔 나무
(노장부에 일기)
/ 門下
하늘에 뜬 반달도
날이 차면 둥근 달이 되거늘
내게 남은 시간 속엔
언제나 반달뿐이라네
유리창에 서린 김에
그 이름 써보지만
내 님은 벽에 걸린 초상화요
까닭도 모른 채 사라진
강바닥에 흩어진 님 따라
묵묵히 흐르는 저 강물에
내 마음 두둥실 떠
물결 위에 뜬 담배연기
떠난 님 따라가던 길로 사라지고
쭈뼛한 바위틈 외솔 나무
바람에 처량도 하다
달이 가고 해가 떠도
저 외솔 나무 푸른 가지
녹슬지 않건만
삐거덕대는 이내 심사
가지마다 누렇게 변한 혈색에
검버섯만 피는구나
구름아 나도 따라
저 높은 구릉지대를 지나
우뚝 선 바위틈
외솔 나무 되어 영원불멸 토록
마주하고 싶구나
연지 곤지에 두른 족두리
상투 틀어 눌러쓴 두건
반쪽 반쪽이 푸른 들판에서 만나
한쪽을 이루던 님을
어느 해 질 녘에 마주하련가
님아 님아
바람 따라가버렸소
구름 따라가버렸소
나 어이하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