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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래정

이수진 2 1348 1

 

긴 시간 햇살이 집 지어 놓고

어미의 맘으로 기다리고 있다


명예와 권력 다 내려놓고

시문 벗 삼아 유유자적 즐기자는 벗의 

그 한마디가 흐릿흐릿 기억을 토해낸다


대숲 바람에 솔향이 내려앉아 나뭇잎 스담거리고

붓끝으로 써 내려간 벗들 마음

정자 처마 아래 빼곡하게 걸어놓았다


저 아래 흐르는 냇물에 발 담그고

물비늘 소리 한 움큼 떠다

손안에 찰랑거리며 비춰본다


우듬지 오르락내리락 햇발에 

농부들의 우마차가 덜컹컬컹 쉬어간다


연기의 잔영 흩어져서

툇마루에 추억 자욱이 널어놓고서

양옆으로 우거진 박달나무 밑 토끼 몰이하던

유년의 풍경이 소복소복 내려앉아있다 


말아 두었던 시간의 태엽 풀면

운둔의 시간이 올곧게 살아 숨쉰다


세월에 묻힌

침묵했던 이야기들 치맛자락에 깨어나니

그 옛날 도포자락이 출렁거린다 

이명처럼


*귀래정: 1456(세조2) 순창으로 낙향한 신말주의 정자

*신말주: 신숙주의 아우

2 Comments
조만희 2020.04.07 22:04  
심오한 시인님의 시향에
한 수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이수진 2020.04.20 15:38  
선생님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