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같은 계절
간이역 같은 계절 (1,379)
고송 정종명
서둘러 계절을 깨우느라
비가 연일 내려 줍니다
또닥또닥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든 생명들 앞다투어 꿈틀 됩니다
속살 깊이 재워둔 근육에
힘을 올리듯 넉넉히 머금은 빗물
돌잡이 아기처럼 아장아장 걸어와
귀엽고 아름다움 쏟아 놓고
춘분을 지나며 성큼성큼 어른 걸음으로
온 천지에 사랑의 보따리 풀어놓는다
설렘에 꽃잔치 즐길 새도 없이
횅한 뒷모습 보이는 아쉬움
그렇게 봄은 오는 듯 어정거리다 훌쩍 지나가
버리는 간이역 같은 그리운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