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기를 다지다
결기決起를 다지다 (1,468)
古松 정종명
고사목에는 까치도 집을 짓지 않는데
고사목보다 못한 삶을 사는 나
주목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인데
한백 연도 못 사는 인생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 저만치 왔으니
면목없는 생이다
요절한 문호文豪들은 짧은 생에 수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몇 곱절 밥만 축내고 밥값을 못하는지
까치 한 마리
지나가던 비둘기 한 마리 앉지 않는 몸통을 구부정하게 세우고 섰는가
시인이란 고명高明한 명예를 더럽히지 않으려면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는 대나무가 생애 단 한 번 꽃을 피우는 것처럼
한 번뿐인 생 사지라도 찢어 설산에 걸어
배고픈 새들의 양식이 되는 육신 공양의
결기라도 다져야겠다.
2021. 10.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