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박 / 정종명
여린 줄기 덩굴손 아귀에 의지한 채
지붕 가득 복이 주렁주렁 달렸다
청명한 달 밝은 밤
새색시 미소 같은 하얀 순정
어둠 밝혀 자신을 뽐내는 박꽃
밤새 별과 달과 어둠 밝히다
여명과 함께 지친 눈 지그시 감고
잠드는 담뿍한 엄니 같은 사랑
흥부네 박은 아니어도 우리네 삶에
한 축이었던 박, 친근했던 동행
어둠에 더 빛나는 새하얀 꽃
초가지붕 가득 내려앉은 소녀의 미소 밤새 수다 떨며 지새운 하얀 밤
아련한 추억 속의 박꽃
메마른 내 가슴에 주절주절 피어
옛 고향으로 이끈다.
2021. 11.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