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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화

비 내리는 가을밤

유병화 0 207 0

비 내리는 가을밤


                                                                        / 유화


인간에게서 가고 오는 관계성은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

관심을 받으려 하는 것도 주는 사랑의 행위를 따지고 

바라는 것도 인간의 고정된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현상 안에서 오고 간다는 순리는 변함이 없다. 

어느 것 하나 따지는 법이 없이 지향한다.

꽃피고 지는 것도 예쁜 것이나 그렇치 않은 것이나

이러저러한 시가 되는 것들로 채워져 있으니

시를 읽음에 있어 살아감에 있어 인연에 있어 연연하지 않고 

만나고 헤어지고 한때는 가슴에 맺힐 눈길이 되고 

또 부서져 흔적없이 자취없이 또 아무런 인연도 없이

그 자리에서 서로 다른 관계 속에 머물러 있다가

알 수 없는 사연으로 머나먼 눈길이 되는 자연의 섭리를

닮아 너와 내가 그리 스치듯 읽어내는 인생,

사랑은 주고 받는 마음의 저울도 아니고 질량의 부피나 

무게의 차이도 아닌 그저 왔다가 떠나가는 순리 속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제 마음속 물결같은 깊이의 순응

세상을 읽어내는 한결같은 눈빛의 애련한 달관

이 밤 알 수 없는 빗소리가 밤새도록 가슴을 두두리리라.

이러다가 가을이 활짝 물이 들면 어느 여름에 스쳐갔던

눈빛이 그리워 질 터, 그 또한 잊어야 하는 아득함에

맺히는 순간의 눈빛이 또 언젠가 때때로 영롱히 영원히 

꽃을 피우고 지우듯이 이제 이 세상의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겠다. 

어떤 시계에 있게 된다고 할지라도


엊저녘 그 오랜 저녁

어둠과 같이

비바람은 스쳐가겠지만

세상의 창가에

이슬 같은 눈물로 

스며든 어느 행성에도 

한송이 꽃은 피고

물들인 그대의 향수

하염없이 맺혀 번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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