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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련다

이문재 1 2500 0

가련다


                            섬진강/이문재


세월 따라 살아온 내 인생

이래저래 굽이굽이 흐르다 보니

어느덧 검은 머리 파뿌리 됐고

마음자락 덕지덕지 세상물 들었네


고향산천 변함없이 거기 그대로 

마음만 왔다 갔다

세상 속에 묻혀 살다 

나 이제 고향으로 가련다


양지쪽 배나무골, 

내 손으로 황토집 지어 

사랑하는 마눌님과 오손도손 살으련다


뒷산 마루 양지 밭엔 

복숭아 사과나무 심어놓고 

비탈길 언덕 위엔 진달래도 가꾸어서 

봄이 오면 꽃도 보고 시를 쓰련다


한세상 사는 게 별거 있더냐

남은 세월 나를 위해 아껴가며 살 일이다


어느 여름 무덥던 날, 

뭐 그리 바쁘다고 열 달도 못 채우고            

어머니배 뒤로하고 큰소리 펑치며 나온 인생 


그래도 좋은 세상 멋진 사람들 만나

정도 주고 사랑하고 살았다마는 

온전한 내 모습 야위어가고 지쳐가는 내 마음

이제 그냥 가련다 


굽이굽이 강물이 흐르고 산천초목 변함없는 정들은 강나루 작은집

겨울바람 차가워도 철새가 날아드는 내 고향 섬진강으로~~~

1 Comments
윤월심 2018.12.23 11:46  
철새가 날아드는
내 고향 섬진강
그리움 담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