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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보고 싶은 날에

김병효 0 230 0

네가 보고 싶은 날에


                        청정.김병효


벌어진 담장 사이 

적막을 가둔 채 한 사내의 축 처진 어깨가 끼어 있다


눅눅한 비 갠 한나절의 자국은 주름진 시간만큼이나 고스란히 눈물로 그려져 

눈꺼풀을 겨우 떼서야 새벽은 긴장을 풀고 긴 하품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조였다가 풀고 더 조여진 시간 앞에 차가운 기운은 

지친 하루 생의 한낮을 안주 삼아 한잔에 별을 채운다


부식된 세월 앞에 점점 얇아져 가는 맨가슴

지난 삶이 산통처럼 아리다 

고요 속으로 빨아들이는 이 밤은 한 줄의 문장이 절실했던 어제의 고통을 삭제한다


오늘도 산 능선 뻐꾸기 소리 

귀 기울이는 남자

담장 넘어 마삭줄 위로 적당히 바람이 불고 감나무 등짐에 호박넝쿨 오르면 언제나 꿈속에 그녀가 다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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