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위에 뜬달
김병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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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7 13:16
손톱 위에 뜬달
청정.김병효
담장에 안긴 마을은
언제나 여름이 먼저와 익는다
텅 빈 대문은 녹물로 시간을
삭히고
축 처진 우편함에 고지서는
빗줄기에 멍울져
낮은 창으로
잡화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몇 차레 소낙비 지나
설익은 개 복숭아 바람에 떨어지면
탐하던 떼까치 소리
한낮 지나가고
어떤 흔적도
마음에 매달린 집착도
한 알의 진통제가 통증을 삭히듯
골목의 하루는
성스러움으로 길 끝에 길을 만든다
사방 어둡고
첫 별
조용히 빛나면
침묵에 눈물 마른 어둠이 스르르
눕는 시간
머나먼 나라
그 사람의 안녕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