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영산
김병효
가
0
178
0
2020.09.06 16:50
♥팔영산
청정 김병효
초저녁
달빛은 잠시 깃대봉에 가리어
음습한 골짜기마다
풀벌레 소리가 낡은 봇짐 속으로 스며든다
까닭 모를 어디쯤
산자락 모퉁이로 유성이 휙 지나가고
어둠은 먹물 번지듯 9개의 봉우리에 깊숙이 스며든다
무성한 나무들은
홀로 잎 떨구어 바위가 되고 바위는 나무가 된다
절대적인 신의 성소처럼
죽음으로서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꽃들은
한 알의 우주를 담아 봉우리 마다 알알이 깊숙이 눕는다
사는 게 그렇게 만나서 헤어지고
다시 돌아와 만나듯이
능가사 처마 끝 풍경소리는
기꺼이 돌아올 너를 위해 제 몸 낮추어 낮게 울려 퍼진다
비워야 비로소 보이는 산,
아름다운 팔전산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