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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영산

김병효 0 178 0

♥팔영산


                  청정 김병효


초저녁

달빛은 잠시 깃대봉에 가리어

음습한 골짜기마다 

풀벌레 소리가 낡은 봇짐 속으로 스며든다 


까닭 모를 어디쯤 


산자락 모퉁이로 유성이 휙 지나가고

어둠은 먹물 번지듯 9개의 봉우리에 깊숙이 스며든다


무성한 나무들은 

홀로 잎 떨구어 바위가 되고 바위는 나무가 된다


절대적인 신의 성소처럼

죽음으로서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꽃들은 

한 알의 우주를 담아 봉우리 마다 알알이 깊숙이 눕는다


사는 게 그렇게 만나서 헤어지고

다시 돌아와 만나듯이 


능가사 처마 끝 풍경소리는

기꺼이 돌아올 너를 위해 제 몸 낮추어 낮게 울려 퍼진다


비워야 비로소 보이는 산,

아름다운 팔전산이여


https://m.youtube.com/watch?v=uOIHHMnI_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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