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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김병효 0 155 0

발자국


                      청정 김병효


부쩍 자란 나팔꽃이 오롯하게 

녹슨 안테나에 올라 비밀스러운 주파수를 쏘아 올린다


썰물 지나간 뭍에 확연한 경계가 드러나면 바지락 밭 위 갈퀴 지나간 흔적마다 갯벌이 살아난다


수고로운 꿈들이 질통에 채워져 

비로소 아낙네의 투박스런 발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지고


긴 세월 동안 뻘밭이 고향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언제나 새벽 별보다 그들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다


성실 하나 밑천으로 여겼던 

바닷사람에겐 바다만 바라 보아도 부자인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바다를 경배하며 살아온 여인들은 파도소리에 할매로 익어간다


눈을 감고

귀를 막아야 나의 바다가 되어주는 그들만의 우직한 삶은


사랑과 이별처럼 밀물과 썰물 되어 

오늘도 그들은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를 걸으며 바다를 닮아간다


https://m.youtube.com/watch?feature=youtu.be&v=Sqdze75Ta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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