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랑한 남자
이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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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4 09:44
꽃을 사랑한 남자/雲月 이강태
꿈에서나 볼 수가 있던 너였다
따듯한 봄볕 아래
강아지 한가로이 낮잠 들 때
온다는 소식도 없이 바람 따라 왔구나
베일 수 없는 갑주를 입고
뚫을 수 없는 방패를 지니고
너는 천년의 절개로 환생하였구나
손댈 수 없는 청순한 얼굴로
실 보다 가는 눈썹과 작은 입김에도
파르르 떨리는 몸짓은 애간장을 녹인다
어둠이 내려앉은 공간
낮에 보았던 네가 자꾸만 아른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두 개의 술잔
한 잔은 하늘의 달을 담고
한 잔은 순결한 꽃잎을 띄우니
황홀한 운치와 자태가 아름답다
떨리는 숨결 토해내며
고이 들어 흠향하니
천상의 낙원이 여기로구나
홍조 띤 도도한 얼굴
달을 품은 술잔에 둥실 떠 있는 너는
몇 번의 생을 더 살아야
나를 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