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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 왕버들

김미숙(려송) 0 136 0



추분이다

지난했던 여름이 

머무적 대고 있어도

오고 마는 가을이다

청송 주산지를 나들이 

의성 산불과 작열한 태양으로

사과나무들도 열매를 달고도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며

송이 좌판 대는 텅 비어 있다

하늘은 드높고 더 새파래 

간간이 불어오는 산 바람에 

들숨날숨 가슴을 연다

이끼 덮인 바위 깊은 계곡

드러난 뿌리가 역사를 말하고

바위를 타고 흐르는 맑은

샘물 같은 영롱 수 소리가

심신을 적셔준다

발길에 채이던 돌멩이 대신

낙엽 쌓인 시멘트 바닥은

편하긴 해도 운치가 없다

짧은 등산길에

짧은 치마에 구두 신은 멋진

젊은 미녀들이 지나간다

가슴이 휑해진다

삼백 년 유구한 주산지

신비의 호수 왕버들이

침묵을 깨고 민낯을 보였다

수려한 겉모습 잎은 무성한데

아름드리 기둥은 패이고 썩은

상처뿐인 고목이었다

찬란했던 영화 같은 시간들이

흐르고 늙어가는 우리 인생과

다를 바 없어 아리고 시리다

수위를 조절하여 흙을 메꿔

주사도 맞고 태양을 받아

치료 중이니 나는 가고 없어도

부디 살아남아 오고 가는

나그네의 쉼터가 

되어주길 염원한다




#청송주산지

#왕버들

#의성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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