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 왕버들
추분이다
지난했던 여름이
머무적 대고 있어도
오고 마는 가을이다
청송 주산지를 나들이
의성 산불과 작열한 태양으로
사과나무들도 열매를 달고도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며
송이 좌판 대는 텅 비어 있다
하늘은 드높고 더 새파래
간간이 불어오는 산 바람에
들숨날숨 가슴을 연다
이끼 덮인 바위 깊은 계곡
드러난 뿌리가 역사를 말하고
바위를 타고 흐르는 맑은
샘물 같은 영롱 수 소리가
심신을 적셔준다
발길에 채이던 돌멩이 대신
낙엽 쌓인 시멘트 바닥은
편하긴 해도 운치가 없다
짧은 등산길에
짧은 치마에 구두 신은 멋진
젊은 미녀들이 지나간다
가슴이 휑해진다
삼백 년 유구한 주산지
신비의 호수 왕버들이
침묵을 깨고 민낯을 보였다
수려한 겉모습 잎은 무성한데
아름드리 기둥은 패이고 썩은
상처뿐인 고목이었다
찬란했던 영화 같은 시간들이
흐르고 늙어가는 우리 인생과
다를 바 없어 아리고 시리다
수위를 조절하여 흙을 메꿔
주사도 맞고 태양을 받아
치료 중이니 나는 가고 없어도
부디 살아남아 오고 가는
나그네의 쉼터가
되어주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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