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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平 -문태준

대표 최은순 0 955


단 하나의 잠자리가 내 눈 앞에 내려 앉았다 

염주알 같은 눈으로 나를 보면서 

투명한 두 날개를 水平으로 펼쳤다 

모시 같은 날개를 연잎처럼 수평으로 펼쳤다 

좌우가 미동조차 없다 

물 위에 뜬 머구리밥 같다 

나는 생각의 고개를 돌려 좌우를 보는데 

가문 날 땅벌레가 봉긋이 지어 놓은 땅구멍을 보고 

마당을 점점 덮어오는 잡풀의 억센 손도 더듬어 보는데 

내 생각이 좌우로 두리번거려 흔들리는 동안에도 

잠자리는 여전히 고요한 수평이다 

한 마리 잠자리가 만들어 놓은 이 수평 앞에 

내가 세워 놓았던 수많은 좌우의 병풍들이 쓰러진다 

하늘은 이렇게 무서운 수평을 길러 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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