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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변소 속에서-김신용

대표 최은순 0 702


공중변소 속에서 만났지. 그녀 

구겨버린 휴지조각으로 쪼그려 앉아 떨고 있었어. 

가는 눈발 들릴 듯 말 듯 흐느낌 흩날리는 겨울밤 

무작정 고향 떠나온 소녀는 아니었네. 

통금시간을 지나온 바람은 가슴속 경적소리로 파고들고  

 

나 또한 고향에서 고향을 잃어버린 미아, 

배고픔의 손에 휴지처럼 구겨져, 역 앞 

그 작은 네모꼴 공간 속에 웅크려 있었지. 

사방 벽으로 차단된 변소 속, 

이 잿빛 풍경이 내 고향 

내 밀폐된 가슴속에 그 눈발 흩날려와, 어지러워 

그 흐느낌 찾아갔네. 

그녀는 왜 마약중독자가 되었는지 알 수 없었어도 

새벽털이를 위해 숨어 있는 게 분명했어. 난 눈 부릅떴지. 

그리고 등불을 켜듯, 그녀의 몸에 

내 몸을 심었네. 사방 막힌 벽에 기대서서, 추위 때문일까 

살은 콘크리트처럼 굳어 있었지만 

솜털 한 오라기 철조망처럼 아팠지만 

내 뻥 뚫린 가슴에 얼굴을 묻은 그녀의 머리 위 

작은 창에는, 거미줄에 죽은 날벌레가 흔들리고 있었어. 그 밤. 

내 몸에서 풍기던, 그녀의 몸에서 피어나던 악취는 

그 밀폐의 공간 속에 고인 악취는 얼마나 포근했던지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있네. 마약처럼 

하얀 백색가루로 녹아서 내 핏줄 속으로 사라져간 

그녀, 

독한 시멘트 바람에 중독된 그녀.  

 

지금도 내 돌아가야 할 고향, 그 악취 꽃핀 곳 

그녀의 품속밖에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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