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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김기택

대표 최은순 0 867


비가 오지도 않는데 온 산에 빗소리가 가득하였다. 

곧 큰비가 닥칠 것 같아 서둘러 피할 곳을 찾았다. 

한참 지나도 비는 오지 않고 빗소리만 더욱 세차게 울었다. 

귀를 한껏 열어 가만히 소리를 따라가 보니 

빗소리가 나는 곳은 바람 속이었다. 잎과 잎 사이었다. 

나무의 줄기와 가지 속이었다. 뿌리가 지나가는 땅 밑이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는 내 몸 속이었다. 

소리는 그냥 쏟아져 내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납게 솟구쳐 오르기도 하고 흩어져 날리기도 하였다. 

빗소리에 맞아 나무 근육들은 꿈틀거렸고 

잎들은 하얗게 뒤집혀 흔들렸고 땅은 김을 뿜었고 

코와 입에서는 비린내가 덩어리처럼 확확 뽑혀 나왔다. 

산 정상에 오른 후에도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내 몸은 휘몰아친 비로 흠뻑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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