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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강가의 사시나무-정지웅

대표 최은순 0 858


 

그래 아직은 행복하구나 

네 그루터기에 

부모 없는 잡풀 몇 키우고 있구나 

호주머니에 숨어있는 한 가계의 벌레들 

잎사귀에 재우고 나뭇가지에 앉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모두들 잘 보살펴 주었구나 

작년부터 꽃 피우지 못하여 

영양제 꽂고 긴 겨울을 나더니 

올해도 꽃 한 송이 없이 낙엽만 태우고 

지붕 없이 살아가는 새들의 엄마가 되었구나 

산다는 것은 숨이 내려앉는 순간까지 

제 것이 아닌 목숨들을 껴안고 사는 일 

죽어서도 발끝을 모아 

가까운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일이었구나 

수면 위에 배 한 척 떠 있지 않아도 

강물은 흐르고 갈대는 손을 흔든다 

어름치는 네 머리 위를 지나 떨어진 

가슴 뜨거운 별을 남몰래 주어 먹고 

나는 떨어지는 낙엽들을 주어다 

세상 슬퍼하는 사람들과 빵을 구워야겠다 

잃어도 모든 것이 온전할 사시나무여 

눈 내리는 캄캄한 밤이 오면 

너의 가지마다 살찐 빵을 달아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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